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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스루에, 바로크의 꿈을 실현하는 계획도시

독일 남서부에 위치. 하이델베르크, 슈투트가르트와 기차로 한 시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접근이 용이하다.





#. 미리 알면 좋은 여행의 팁


-대중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대부분 도보로 이동해야 하니, 교통권은 꼭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박물관, 미술관 등에 관심이 많을 경우 1박 2일, 그렇지 않을 경우 근교 도시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대부분의 박물관, 미술관 등이 독일어로만 설명이 쓰여 있다. 독일어가 익숙지 않다면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하거나 안내 직원에게 개략적인 포인트들을 짚어달라고 부탁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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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스루에, 카를의 휴양지


독일어로 Ruhe는 고요, 휴식을 뜻한다. 따라서 카를의 휴식을 뜻하는 도시의 명칭 칼스루에(Karlsruhe)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도시는 1715년 바덴 공국의 카를 3세 빌헬름 후작에 의해 계획적으로 세워진 도시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본래 이 지역은 카를 후작의 사냥터로 사용되었는데, 이 곳에서 낮잠을 즐기던 어느 날 꿈 속에서 이 지역에 도시를 세우라는 계시를 받고 지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칼스루에는 바덴 공국의 수도가 된다. 그러나 이곳으로 수도를 옮기기 위해 후작이 마주해야 했던 기존의 수도 두를라흐(Durlach) 시민들의 반발을 생각한다면, 꿈 속의 계시는 사실 명분을 위해 지어낸 이야기이고 이전부터 카를 후작은 이곳에 마음을 두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1688년부터 시작된 팔츠계승 전쟁(전쟁의 독일 내 영향에 대해 주로 언급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팔츠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나, 더 알아보고 싶은 이들은 '대동맹 전쟁', 혹은 '9년 전쟁'으로 찾아보기를 권한다)은 유럽 본토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와 북아메리카를 포함한 전쟁이었다. 종교의 자유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 전쟁으로 기존 바덴 공국의 수도였던 두를라흐는 궁전을 포함하여 도시 전체가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선대왕인 프레드리히 7세부터 새로 궁전을 짓고자 했으나, 재정적인 이유로 불가능하다가 아들인 카를 3세가 1715년 두를라흐를 벗어나 새롭게 궁전을 짓기로 결정하며, 이 '칼스루에 궁전'은 도시 칼스루에의 시작점이 된다.




#. 중앙역에서 동물원까지



칼스루에는 가로로는 프랑스와 독일을 잇고 세로로는 스위스와 독일을 잇는 철도 교통의 요지로, 그만큼 많은 수의 노선들이 지나간다. 인구 30만 명이라는 도시의 규모에 비해 철도 역사는 꽤 큰 편이다.




중앙역을 빠져나와 역을 등지고 곧장 걷다보면 바로 오른편으로 동물원이 보인다. 가격은 2017년 7월 기준 성인 10유로. 시민 공원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어서인지 개인적인 인상은 동물들이 있는 '산책로'에 가까운 인상을 받았다. 코끼리, 홍학, 북극곰 등 다양한 동물들이 있지만, 규모 자체가 큰 편은 아니다. 바덴 지역에서 조금 더 머물 계획이라면, 이곳보다는 슈투트가르트의 빌헬마 동물원을 추천한다.

(가격 정보: https://www.karlsruhe.de/b3/freizeit/zoo/zoobesuch/eintrittspreise.de)









#. 동물원에서 시청 & 마켓 플라츠까지



쭉 뻗은 직선 도로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경우가 많아 칼스루에에서 길찾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았지만 동물원에서 마켓 플라츠까지 가는 좌우로 국립극장, 콘서트홀 등이 위치해 있다. 


콘서트홀. 앞쪽으로는 예쁜 정원이 펼쳐져 있다.



오페라 등이 상연되는 국립극장


현재는 도시 곳곳이 공사중인데, 지상 트램의 지하화를 위한 공사라고 한다. 원래는 도시 건설 300주년을 맞는 2015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시작되었다고 하나, 2017년 7월 현재까지도 공사는 활발히 진행중이다.


마켓 플라츠의 피라미드. 왼편의 건물은 프로테스탄트 교회, 오른편은 시청이다

사진출처: 위키백과



마켓 플라츠 또한 현재 공사중이다. 공사 때문에 현재는 직접 확인할 수 없으나, 마켓 플라츠에는 칼스루에의 상징적인 피라미드가 위치해 있다. 본래 피라미드가 있던 자리에는 설립자 카를 후작의 유해를 안치한 교회가 위치해 있었는데, 도시가 확장되며 교회는 철거되고 그 자리에 피라미드가 대신 위치하게 되었다. 마켓 플라츠에는 시청, 피라미드, 교회가 나란히 위치해 있는데, 신교의 자유 논쟁이 시발점이 되어 건립된 칼스루에의 중심부에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상징적이다.



사진에 보이는 것이 시청. 현재는 공사로 인해 피라미드는 만나볼 수 없다.



근처에 위치한 구시청사 터. 현재 이곳에는 상업용 건물이 위치해 있다. 

마켓 플라츠를 지나는 카이저스트라세는 칼스루에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 거리이다.




#. 마켓 플라츠에서 궁전 광장까지



칼스루에의 탄생과 성장은 이 도시가 프랑스 국경과 바로 이웃해 있다는 것과 연관이 많다. 당시 프랑스는 앞선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탄탄한 경제력을 갖춘 나라였고, 프랑스의 문화와 생활 양식은 당시 유럽의 귀족 사회에서는 소위 '본받을만한 것'으로 통용되곤 하였다.


칼스루에 궁전 또한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을 본따 지어졌다. 궁전의 호화로운 건물과 광대한 정원, 분수 등은 베르사유 궁전과 마찬가지로 바로크 양식을 따르고 있다. 도시의 설립자인 카를 3세에게 이러한 모방의 의미는 단순히 궁전의 모양을 본뜬다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당대의 프랑스처럼, 이곳에 자신의 이상적인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을 담고 있었을 것이다(30년 전쟁, 9년 전쟁의 무대가 되며 급격히 위세를 잃은 역사적 배경을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추측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칼스루에 궁전의 넓은 정원. 전형적인 바로크식 정원이다.



노란 빛깔의 외벽 또한 베르사유 궁전을 연상케 한다.



칼스루에는 궁전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계획된 도시인데, 도시 전체가 바로크적 면모를 갖추고자 설계 당시부터 뚜렷한 건축 가이드라인이 존재했다고 한다. 궁전을 중심으로 부채꼴로 뻗어나가는 도시 구획 방식은, 후에 토머스 제퍼슨에 의해 미국에 알려져 워싱턴 DC의 기본 모델이 되었다. 


온 도시가 궁전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구조이다.



그러나 칼스루에의 이러한 도시구획 방식은 역설적으로 이무렵 칼스루에의 정치 양태가 아직 중세적 통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18세기 말까지도 독일은 정치적으로 중세의 모습을 보였다. 프랑스가 시민혁명으로 18세기를 마무리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차이는 꽤 인상적이다.





궁전 뒤편의 정원은 프랑스보다는 잉글리시 가든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궁전 뒤편으로는 호수를 포함한 넓은 정원이 있는데, 세계2차대전의 파괴로부터 복구된 이후에는 시민공원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평상시에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지만, 때때로 유료 행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곳에서 여유롭게 조깅, 자전거 타기 등을 즐기는 시민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 궁전 광장에서 궁전까지



칼스루에는 세계제2차대전 동안 도시가 전소되다시피 하였다. 칼스루에 궁전은 그 상징성 덕분에 전후에 가장 먼저 재건된 건물인데, 더이상 궁전으로서의 기능은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외관만 복구되고 내부는 현재 현대적인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궁전은 바덴 주립박물관으로 사용된다. 간혹 특별전이 열리는 지하를 제외한다면 내부는 3층 뿐이지만, 꽤 알차게 구성이 되어 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독일의 역사를 훑을 수 있는 전시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2017년은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으로, 관련 전시물들이 일부 추가되었다.


단, 영어 설명이 전혀 없기에(박물관 측에 문의 결과 곧 다국어 안내가 지원될 예정이라고는 하나, 언제 완료가 될지는 현재 미정 상태이다) 개략적인 독일 역사를 공부하고 가거나, 필요할 경우 도슨트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는 것이 좋다.



애니메이션은 독일어로 진행되지만, 간략한 영문 설명이 비치되어 있다.



탑 입구 근처에 있는 멀티미디어실에서는 매 시 정각 칼스루에의 설립과 관련된 애니메이션을 상영한다.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애니메이션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으니 박물관 직원들에게 문의 후 꼭 찾아보기를 바란다.


공식 홈페이지가 빠르게 업데이트 되는 것 같지 않다. 2017년 7월 기준 내부 박물관과 전망탑을 함께 방문할 수 있는 콤비 티켓은 성인 6유로, 학생 5유로.

(http://www.landesmuseum.de/website/English/Information_for_visitors/Palace.htm)




#. 궁전에서 연방 헌법재판소까지



연방 헌법재판소는 궁전의 바로 왼편에 위치해 있다. 연방 헌법을 관장하는 기관이 한 나라의 수도가 아닌 남부의 작은 도시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은 꽤 인상적이다. 이 외에도 칼스루에에는 독일의 연방 법원, 국립핵물리연구소 등 주요 기관들이 많이 위치해있는데, 이는 도시의 설립 과정과 관련이 깊다.


카를 후작은 자신의 바로크적 이상을 실현해줄 유럽 전역의 지식인들을 종교의 자유, 세금 면제, 토지 무상 제공 등의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워 칼스루에로 흡수하고자 하였다. 그렇기에 도시 설립 초기 단계부터 다문화에 근본을 두고 있으며, 인접 국가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 자유와 시민의 권리 등에 대한 인식이 독일의 다른 지역에 비교해 빠르게 발달하였다. 


연방 헌법재판소의 벽은 큰 창으로 되어 있어 

모두를 위한 법이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모인 지식인들로 과학기술 또한 빠르게 발전하여 이후 칼스루에에서는 자전거를 최초로 발명하고(카를 드라이스의 '드라이지네'-방향을 바꿀 수 있는 최초의 자전거로 최초로 자전거로 프랑스에서 특허를 받았다), Hertz를 발견하고(하인리히 헤르츠), 독일 최초로 이메일을 보내게 되었다. 또한 독일 최초로 운전면허가 발급되기도 하였는데, 최초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사람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창립자인 카를 벤츠다(그의 출생지 또한 카를스루에이다).



#. 연방 헌법재판소에서 국립미술관까지



국립미술관은 궁전 부지 내에 위치해 있으며, 대부분 궁정의 컬렉션이 옮겨온 것이다. 입장권을 구입하면 국립미술관 뿐만 아니라 융헤 쿤스트할레, 오랑주리 3개의 미술관을 모두 방문할 수 있다. 티켓의 가격은 성인 8유로, 학생 5유로이다.

(http://www.kunsthalle-karlsruhe.de/en/information/planning-your-visit.html)







국립 미술관은 궁정 시대의 고전 작품, 융헤 할레는 특별전, 오랑주리는 현대미술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하루에 이 세 곳을 모두 방문할 계획이라면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국립박물관 > 오랑주리 > 융헤 할레 순으로 체력을 안배하기를 권한다.


이들 미술관 앞으로는 식물원과 정원이 위치해 있는데, 카를 후작은 평소 자신의 정원을 가꾸는 것에 관심이 많았으며, 다양한 식물종들을 수집했다고 알려져 있다. 시간이 허락할 경우 이 정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 그는 특히 열렬한 튤립 매니아로도 알려졌는데, 1,000여 종이 넘는 약 5,000개에 달하는 튤립을 길렀다고 한다. 그가 직접 수채화로 남긴 튤립 세밀화들은 과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었으나 안타깝게도 2차대전 중 대부분 소실되었다. 그는 1738년 튤립을 심던 도중 뇌졸중으로 사망하였다.



#. 미디어아트 센터와 시립 갤러리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아 도보로 여행할 수 밖에 없는데, 이곳을 포함할 경우 동선이 복잡해져 1박 이상의 일정을 가진 이들에게 추천한다. 단, 미디어 아트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꼭 들러볼 것. 세계2차대전 당시 독일의 탄약과 화약을 생산하던 군수공장이 미디어 아트 전문관으로는 세계 최대의 전시관으로 탈바꿈하였다.



군수공장이 미디어 아트센터로 바뀌게 된 배경은 이렇다. 전후 이 공장의 용도를 고심하던 칼스루에시는, 정보과학이 발달해있던 시의 배경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디어를 실험하는 장을 만들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전시, 연구, 교육을 아우르는 미디어아트 센터가 탄생하게 되었다.




미디어아트 전시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입장료는 성인 6유로, 학생 4유로


(https://tickets.zkm.de/catalog/product/view/id/19/s/zkm-lichthof-8-9/)



바로 옆에는 현대적인 극장도 위치해 있다.


근처에 시립미술관도 위치해 있으니 
미디어아트 센터를 들른다면 함께 동선에 포함하는 것이 좋다.



I've been in Karlsruge, Germany